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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국연구원

<<변신>> 대안예술공간이포 + 60 아다다, 한국-프랑스 예술 국제교류 프로젝트 / 최엄윤

최종 수정일: 1월 30일

생드니(Saint-Denis)의 60 아다다(60 Adada)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 지역에 자리 잡은 생드니는 센 강의 운하가 도시를 가르고, 프랑스 왕과 왕비들의 납골당이자 가톨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생드니 대성당이 있으며, 파리8대학, 대경기장,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실 등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일드프랑스 지역을 통틀어 범죄율이 가장 높고 이민자와 난민, 집시들이 많은 곳, 특히 한국 교민들과 유학생들 사이에선 우범지역으로 악명 높은 동네이다.


“이 물건은 뭐죠? 펜? 딜도? 열쇠고리?”

생드니 60 아다다와의 교류와 레지던시를 위해 한국에서 온 예술가의 손에는 낯선 물건이 들려있었다. 이 작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생드니의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도시 이미지를 접하게 되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호신용 핸디스틱을 품고 오게 되었다. 생드니에 거주하며 60 아다다에서 활동하는 백미라는 <이게 뭐지 What is this?>라는 질문을 통해 오늘날 인터넷에서 수집된 정보,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개인의 관점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한편 소피 브라보 데 라 페냐(SOPHIE BRAVO DE LA PEÑA)의 회화 <적응적 변환>은 사회적, 환경적 위기에 직면한 인간, 낙인찍히고 족쇄에 묶여 학대받는 듯한 누군가가 단단하게 스스로를 방어하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하고, 그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이 상반된 두 시선이 생드니의 단면을 드러낸다.


백미라 <What is this?> 사물, 인터넷 조사 (종이에 인쇄), 기내 수하물, 얼굴 마스크 조각(혼합 미디어), 비디오(2분33초),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소피 브라보 데 라 페냐, <적응적 변환>, 종이에 아크릴,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1986년 설립된 60 아다다는 생드니의 가브리엘 페리 거리 60번지에 위치한 예술 협회로 생드니 시의 지원을 받아 옛 씨앗 상점을 전시 공간이자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예술적이고 사회적인 실험을 통해 삶과 예술을 결합하고 여러 장벽을 허무는 콜렉티브로 활동하고 있다.


60여 명의 예술가들이 소속된 이 콜렉티브는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2023년 20주년을 맞아 문래예술촌, 대안예술공간이포의 시각예술가 6명(박지원, 최라윤, 이연주, 레나, 김홍빈, 조성훈)을 생드니로 초대했다. 이들은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머무르며 60 아다다의 작가 9명(사라스와티 그라미츠, 마크 귀에르민, 소피 브라보 드 라 페냐, 지팡 탕, 프랑소와즈-봉테 디알로, 카롤린 쿨카시, 실비아 민니, 미라 백, 린 형)과 ‘변신’이라는 주제로 단체전을 준비했다. 그 결과 한국-프랑스 예술교류 <<변신>> 전시는 프랑스 생드니 60 아다다에서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되었고, 한국의 문래예술창작촌, 대안예술공간이포에서 2023년 12월 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진행되었다.



문래예술창작촌의 대안예술공간이포


철을 다루는 기계 소음, 용접 불꽃, 둔탁하고 날카롭고 거친 현장을 닮아 문래동은 여전히 비릿한 쇳내가 먼지바람 속을 휘젓고, 철의 온도처럼 여름엔 뜨겁고, 겨울엔 을씨년스럽다. 쇠퇴한 철강 산업의 빈 흔적에 자리 잡은 예술가들과 그 독특하고 고유한 매력을 찾아 드나드는 젊은이들, 그렇게 정주 산업과 정주민이 떠난 자리는 힙한 가게와 상점들로 채워지고 이쪽과 저쪽, 낮과 밤의 간극이 어지럽다. 문래예술창작촌에서 2008년부터 활동해 온 ‘대안예술공간이포’의 박지원 대표는 60 아다다와 <<변신>>을 함께 기획하면서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마이너리티한 생드니와 게토화되어 가는 문래동의 유사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박지원 <묵찌바: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달라, 멀리서 날아온 새들의 나라> 5개의 비디오, 가변 설치, 나무, 178 x 90cm,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실비아 민니(SILVIA MINNI), <변신하는 영토들>, 종이 및 마름모꼴 인쇄, 플렉시 글라스, 2023 좌로부터 생드니섬 재영토화(Reterritorialisation) : 미래의 올림픽 촌, 2024 영토(Territoire), 2020, 과거 비영토화(Déterritorialisation), 2023, 현재.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문래동은 지금도 변하고 있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문래동은 검은 섬처럼 떠 있는, 예술인들이 비어있는 낡은 공업도시의 빈 공간에 들어오면서 마을이 게토처럼 형성된 곳이다. 그러면서 원주민들과 함께 스스로 자기 공동체를 고민하고 미래를 꿈꾸는 일들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문래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고민, 장소적 유사성이 있다. 생드니 역시 변방에서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고 예술가들이 그 속에서 창작 욕구를 발현하는 곳이다.” (박지원)1)

마을과 이웃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아카이브북을 만들고, 집시, 소수민족, 재개발지역 등에 관한 사진·영상 작업을 해 온 박지원 작가는 몇 년 전부터 공간 활동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작가 발굴, 실험, 도전 등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인 대안예술공간이포의 역할을 문래동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을 안에 세계가 있다 생각하고 글로컬한 창구로 만들기로 결심, 다양한 나라와의 교류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2020년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문래동이라는 장소와 사이트, 대안예술공간이포의 활동에 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개인이, 한 공간이, 새로운 움직임과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적극적인 의지와 행보로 다른 세계, 다른 예술가와의 만남을 통해 문래예술창작촌의 확장을 도모한 것이다.



우정과 환대로부터


60 아다다와 대안예술공간이포의 만남, 그 시작은 개인적인 친밀함으로부터 출발했다. 박지원 작가는 문래동에서 함께 활동했던 백미라 작가와 실비아 민니(SILVIA MINNI) 작가의 생드니 집에서 2020년 초, 30여 일 머무르며 60 아다다에 문래예술창작촌과 대안예술공간이포를 소개하고 교류를 약속할 수 있었다. 그 약속은 서로의 나라에서 전시, 작가 매칭,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2023년은 프랑스에서 2025년은 한국에서의 교류 레지던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2023년 <대안예술공간이포 + 60 아다다, 한국-프랑스 예술 국제교류> 첫 프로젝트는 이렇다 할 지원금 없이 시작되었다. 2020년 만남을 통해 교류의 의지를 다졌던 60 아다다의 아티스트들은 문래예술창작촌의 예술가들과 일대일 매칭을 통해 기꺼이 작업에 필요한 장비, 숙소, 통역, 교통편, 식사 장소 등을 제공했다. 생드니 시도 문화재생 대상지인 옛 휴마니테(L’Humanité) 신문사 건물, 니메이어(Niemeyer) 공간을 열어 작가별 작업실을 지원해주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과 그 안에서 우리가 점유하는 장소를 몸으로 지니고 다닌다. 다른 곳에 있는 ‘우리 자신’은 무엇으로 남아있을까? 특정한 한 도시에서 전시한다는 것은 그곳에 대한 아이디어와 장소성이라는 감각을 요구한다. 이 예술가들이 멀리서 왔다고는 하지만, '그들 자신의 바깥'에서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어디에서 도시를 만나는가? 도시의 어떤 측면과 모티브를 경유하는가? 작업을 하러 온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생드니는 어떻게 나타나는가?”2) (콜린 메를로)

조성훈, <진정한 사랑은 모든 것을 불러 일으킨다 - 매일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허락하는 것>, 260 x 194cm, 캔버스에 아크릴 & 오일,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이연주, <생드니 대성당 I, II>, 142x300cm, 71x200cm, 종이에 드로잉,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최라윤 <가까이 더 가까이>, 120x165cm, 캔버스에 오일, 2023, <함께하는 마음>, 비누 조각, 가변 크기,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레나(LENA), <플라뇌즈의 40일>’ 사진, 영상, 오브제,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조성훈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개의 시점, 하나이면서 둘이 되어버린 자아를 발견했고, 이연주 작가는 생드니 대성당을 바라보며 몸은 죽었지만 영으로 다시 살아나는 변신의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최라윤 작가는 생드니에서의 자연과 시간 속에서 주변으로부터 받는 영향, 감각하는 것을 부드러운 비누 조각으로 만들어 공원에 설치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레나 작가는 생드니에서 40일을 지내며 느낀 작고 사소한 일상 속 감정의 변화와 경험을 사진과 영상, 오브제, 글로 기록했다.


40일은 금방 지나갔다. ‘변신’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시대를 다르게 감각하고 그 변화를 창작 작업으로 드러내고자 기획했지만, 작가마다 현장에서 새로운 감각에 집중하고 기간 안에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지원 작가는 이번 <<변신>> 프로젝트가 하나의 사건이 되길 바랐고 나름 긍정적 성과를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과 프랑스, 문래와 생드니가 만나고, 문래동의 작가와 생드니의 작가가 만나는 것이 문래예술창작촌과 생드니에 중요한 움직임으로 2025년까지 지속 가능한 교류로 이어질 수 있길 강조했다.



길게 이어지는 변신



"변화(Transformation)"가 발음상 음절을 닫는 반면, 변신(Métamorphose)은 발음할 때 자음이 길게 유지됨으로, 끝을 열어놓은 채 모든 신학적, 사회적 질서에 도전이나 전환의 은밀한 가능성을 불러온다. 오비디우스가 우리에게 말하듯이, 동물, 식물, 우리는 친족이다. 이 관점은 '범신론'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될 수 있으며, IPO 아티스트들과의 열두 날의 작업 이후 강렬하게 공명했다.” (콜린 메를로)


김홍빈, <로코코, 천천히 자라는 것들>, 5개의 드로잉 56x76cm, 수채화 용지에 혼합 매체,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린 형(Lynn Hyeong), <변신>, 혼합재료, 234x254cm, 2023. 사진 제공 대안예술공간이포

김홍빈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본능을 따라 빛을 찾아가는 느린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의 시간을 나무에 풀어놓은 그림책을 통해 변신이라는 주제에 천착했으며, 린 형은 오래전부터 계절의 풍화작용 속에서 시간과 물질에 따라 변해 온 하나의 천 위에서, 움직이고, 그림을 그리고, 색을 만지는 행위에서 발현된 형상을 통해 변신의 본질, 인간의 현존을 드러냈다.


변화가 타인에 의해서 나에게 요구된 것들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맞춰 가야 하는 것이라면, 변신은 주체의 자발적 의지를 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뉴노멀 등 빠른 변화 속에서 주변의 세계로부터 자유롭거나 혹은 저항하며, 혹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것들을 읽어내고, 때론 가지고 놀면서, 다른 감각들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일 것이다. 그들이 그려내는 세상을 통해 우리는 더 주체적으로 변화를 맞닥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첫 손을 맞잡은 60 아다다와 대안예술공간이포의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펼쳐 놓을 그 무한하고 다채로운 변신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1) 2023년 12월 17일 박지원 작가 인터뷰, 대안예술공간이포, 인터뷰이 최엄윤

2) 콜린 메를로(Coline Merlo), <<변신>> 전시 소개 글 중 발췌, 편집 (이하 콜린 메를로 동일)




최엄윤 / 독립문화 기획자 예술가와 행정가, 연구자와 활동가를 넘나드는 경험을 쌓고 독립문화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는 말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언젠가 결국은 창작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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