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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국연구원

농업의 예술적 혁신: 스마트 농장과 도시 예술의 융합 / 김보슬

최종 수정일: 3월 11일

취미와 취향이 산업으로 분류되는 오늘날, 원시 산업인 농・어업은 여전히 인간 생존의 근간이다. 식량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인간은 맛과 건강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 농・어업을 과연 1차 산업으로만 볼 수 있을까?) 자연 파괴에 경각심을 느낀 사람들은 점점 자연과의 조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자본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데에만 관심 있을 것 같은 미국의 경제학자조차 자연주의를 추구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 스콧 니어링 (1883 - 1983)의 얘기다.

 

한편,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와 같은 국소적인 단위에서 인구는 감소하지만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미래 식량 자원을 대비하는 일은 인류의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하여 농업 부지의 제약, 농업 인력과 같은 농업 생산성의 문제가 주목된다. 농업 커뮤니티는 문화적 연결 및 전통 유지와 같은 사회적 역할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의 보전과 지속가능성, 생물다양성 등의 생태론적 화두 역시 생명에 기여하는 농・어업을 모색하도록 자극한다.

 

이에,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근래에 자주 접하게 된 ‘스마트팜’은 이미 21세기 초반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술과 접목되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된다. 예술계는 어떤가? 여기에서도 농업을 활용하여 창조적이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농촌 예술 프로젝트나 퍼포먼스, 농업 테마의 예술 작품과 전시회, 캠페인, 농촌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업 생산과 예술 표현을 조화시키고자 한다.

 

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진 1. “Not A Corn Field”_출처: www.metabolicstudio.org

 

1.    Metabolic Studio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Metabolic Studio는 도시 내에서 환경, 농업, 예술의 독특한 역할을 실험하는 비영리 조직이며, 환경 예술, 공공 예술, 문화 활동을 통해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 이들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예술 프로젝트와 결합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펼친다. 이 안에서 하나의 부분집합 격으로 2000년대 초반에 결성된 Farmlab 팀은 도시 농업으로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에 관한 물음을 던지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농장을 운영했다. 이 농장을 통해 도시 환경에서 지역 농산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생태 문제에 대한 지역 내 관심을 소환하고, 지역 사회의 건강과 웰빙의 증진에 기여하고자 했다. 2005년에 시작된 <Not A Corn Field> 프로젝트는 Farmlab의 핵심적인 활동 중 하나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는 32에이커의 빈 부지에 옥수수밭을 조성하여 도시 농업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Not A Corn Field>는 도시 농업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주민들에게 농업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이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도시 공간의 새로운 용도를 모색한 것으로 다른 도시들에도 영감을 주었다.

 

사진 2. “Raw Wool”_출처: www.muu-baa.org

2.    Muu-baa

Muu-baa는 농부, 디자이너, 예술가, 연구자, 농촌 기업가 등이 함께 생각을 모으고, 실험하고, 행동하기 위해 출범한 유럽의 농업 문화 탐구 네트워크다. 이들은 농촌 및 농촌지향적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여 실행 가능한 농업 문화 비전, 그리고 그것의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 한다. 이 네트워크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창작 활동과 농업 활동을 결합한다. 그러한 작업 중 하나인 <Raw Wool> 프로젝트에서는 양털이 작품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와 농부 간의 협력, 지역 사회의 참여를 유도했다. 농부들은 양털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은 이것을 재료로 한 작품으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유의 예술 활동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The Manure Economy>는 건강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분해되지 않은 자연 자원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지역 농부들과 협력하여 동물 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 농산물 폐기물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였고, 농산물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도 증진할 수 있었다.


사진 3. “Hardwear Series 3”, Sammy Lee_출처: www.iskaiart.com

 

3.    매드베리팜하우스 (Madberry Farm House)

우리나라에도 작품의 주제이면서 소재로 농업을 활용한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 사례를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북적거리는 대로변을 떠나 골목길로 들어서니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된 것 같은 5층 높이의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 외벽에는 ‘매드베리팜하우스 (Madberry Farm House)’라는 붉은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현대미술 조형물과 노출 콘크리트 벽면으로 장식된 카페가 나왔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사방이 자주색 LED 램프와 한국산 딸기로 가득 찬 ‘인도어 팜 (indoor farm)’이 쳐졌다. 국내 스마트팜 기업 ‘넥스트온’, 그리고 문화 기업 ‘루트341’은  “예술과 농업, 도시의 융합”을 모토로 도심형 인도어 팜을 조성한 것이었다. 이 공간의 1층과 2층 농장은 공기처럼 순환하며 루트341과 슬리퍼스써밋이 커미션한 예술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1층 정문에 설치된 쌔미리 (Sammy Lee) LED 조형물은 높이 빛을 발하며 딸기를 통해 심장 치료제를 상징했다. 작품으로 새롭게 가공된 '공생체'는 딸기가 신체의 혈관이 되고, 딸기-인간 돌연변이체가 벌에 의해 수분 (受粉)됨을 보여주어 자연과의 공생을 강조했다. 또한, 윌리엄 다렐 (William Darell)의 작품은 식물의 생명력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담고 있었으며, 박수이의 플라스틱 예술은 재료의 아름다움과 인간-자연이 얽혀 있는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매드베리팜하우스는 농작물의 생산, 판매, 소비를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었다. 2층에서는 온・습도 제어 기술, 그리고 넥스트온이 자체 개발한 LED 기술로 식물 광합성을 이끌어내고 생장을 도와 1년에 두 번 딸기 재배가 가능해졌다. 지하 1층에서는 수확한 농작물을 가공하여 판매하도록 기획되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에는 박찬국 작가의 <논아트 밭아트 (Non-art, but art)>, 2010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작가 마레티차 포트르츠 (Marjetica Potrč)의 <열린 텃밭>이 있었다. 또한 세계적인 생태예술가 Aviva Rahmani의 경우 농업과 식량보다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다룬다. <Blued Trees Series>는 미국의 송유관이 통과하는 지역의 나무들을 파란색으로 칠하여 이로 인해 파괴되는 농업 지역의 생태계를 간접적으로 환기했다.

 


김보슬(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공공예술 M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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