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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문학하기 1 / 오영진

최종 수정일: 2022년 8월 6일

인문지능은 문학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인공지능은 기계이므로 굳이 무엇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지 않는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변이 복제를 하고,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레벨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내면을 끌어내 세상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 쪽은 언제나 인간이다.


질문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인공지능과 함께 우리는 문학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 내면의 창의성과 감수성의 특이성을 믿는 편이다. 이 때 인공지능이 인간적 특징이라고 불리는 언어적 결과물 생성에 조력할 수 있는 지 질문해 본다면 다소 도전적인 질문이 된다. 지금까지 상식으로는 문장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내면의 반영인데, 인공보철물의 도움을 받을 때 그것을 여전히 기존의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가 문제가 된다.


최근의 일련의 실험을 거쳐 필자는 그 결과물만 보면 인공지능과 함께 문학하기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GPT3같은 거대언어모델은 수 십만건의 텍스트를 딥러닝해 어떤 키워드에 인접한 단어와 문장들을 확률적으로 계산해 연결함으로서도 자연스러운 문장을 무한히 자동 생성한다. 문법은 물론, 문학 내 논리의 정합성도 유지할 정도로 고도로 훈련이 된 문장생성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무한히 수다스러운 기계와 함께 인간 창작자는 그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묘사를 감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냐는 것이다. 문학창작수업에서 선생을 속이는 용도가 아니라면 기계의 생성물인 내가 쓰지도 않은 문장을 내 것으로 주장해 얻는 우리의 속셈과 이익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놀랍지만 놀랍도록 쉽게 그 호기심이 식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생성과정에 인간이 개입해 그것의 창조성을 새로운 방향으로 유인하는 일은 그 전까지의 창조와 다른 창조경험을 전해준다.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창작경험 속에서 우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편집하고, 무엇보다 유인한다. 제 멋대로 자라는 식물을 꺾꽂이해 어떤 형태를 만들 듯, 제 멋대로 흩어져 있는 구름의 형태에서 특정한 도상성을 발견하듯 우리는 이 기계가 의도없이 흩어놓고 연결한 문장데이터를 변형해 새로운 추상성을 끌어내게 될 것이다.


다음은 GPT3 모델을 기반으로 기존 문학작품과 비슷한 결과물을 끌어내는 실험의 결과다.

나는 앞으로 수 주에 걸쳐 인공지능으로 문학하는 방식의 실례를 한국연구원 칼럼으로 발행해 인간과 기계의 협업과정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아래 작품은 GPT3모델을 문장 자판기처럼 사용하지 않고, 등장인물과 조력자 등의 인물을 지목해 간단한 동화풍 이야기를 1차로 생성한 후, 그 이야기 구조를 인간 작가가 재구조화한 작품이다. GPT3모델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별다른 사건 없이 문장만 길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지만, 1차 생성물에 등장하는 등장인물과 조력자 간의 관계는 음미할 만한 구석이 있다. 토크나이징 되어 공간적 차원으로 벡터화된 단어들 간의 촌수의 가까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1차 생성물의 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이 재구조화하는 작업은 높은 확률로 의미있는 결과물로 이끌어 내기 쉽다. 이 같이 GPT3를 이용하는 방식을 ‘변형 패턴화’ 기법이라 명명해본다.



인공지능 기반 동화 창작의 사례


까마귀와 무지개


지은이: OpenAI GPT3+윤주혜(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웹툰 <멜랑코리아>, 단편영화 <똑딱똑딱> 원작자) 소요시간 3시간(기계생성 및 재구조화 1시간, 다른 인간협업자 피드백 및 문장리터칭 2시간)


반짝이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까마귀가 살았다. 까마귀의 둥지에는 그가 물어 나른 온갖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했고, 모든 물건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왔는지 까마귀는 절대 잊어먹지 않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소중한 수집품들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자신의 가장 부드러운 깃털로 정성스레 닦아 해가 가장 높이 뜰 때 반짝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까마귀가 새로 수집할 반짝이가 없나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 숲 끝자락에 떠 있는 커다란 무지개를 보았다. 까마귀는 무지개의 거대한 크기와 빛깔에 감동했다. 생전 처음 보는 무지개라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까먹고 나무 꼭대기에 가만히 앉아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오래 가지 않는 법. 무지개는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까마귀는 너무 아쉬웠다. 그날 밤. 자려고 누운 까마귀는 아름다운 무지개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를 잔뜩 둘러싸고 있는 보물들도 그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지 못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무지개 생각 뿐이었다.


너무 커다래서 아마 집으로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꼭 다시 한번 그 아름다운 빛깔을 보고만 싶었다. 그래서 까마귀는 직접 무지개를 보러 가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까마귀가 어디서 다시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우선 숲의 마녀에게 묻기로 했다.



마녀는 까마귀가 얼마나 무지개를 보고 싶어하는지 눈치채고, 공짜로 알려주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 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는 댓가로 답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까마귀는 기꺼이 마녀의 요리를 도왔다. 마녀는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까마귀에게 알려주었다. “무지개는 구름 위 거인이 재채기를 하고 나면 생긴단다.”


구름 위로 날아가자 과연 거인이 있었다. 거인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까마귀는 무지개가 보고 싶으니 한 번만 재채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거인은 까마귀 같은 조그만 미물 따위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스스로 너무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탁을 우습게 여기고 간단히 거절해버렸다.



까마귀는 거인의 콧속에도 들어가보고 발바닥에 날개짓을 해 차갑게 만들려고 했지만 거인의 몸은 너무도 커서 까마귀의 작은 움직임 따위로는 아무 기별도 없었다. 그때 이불을 털려고 창문을 연 바람의 마녀가 까마귀를 발견했다. 그녀는 까마귀가 얼마나 무지개를 보고 싶어하는지 알아채고 그에게 다가와 제안을 했다. 집안 청소를 도와주면 그 댓가로 거인이 재채기를 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이다.



까마귀는 기꺼이 바람의 마녀의 집안 청소를 도왔다. 바람의 마녀는 깨끗해진 집안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까마귀에게 알려주었다. “거대한 거인을 재채기하게 만들려면 거대한 새의 깃털이 필요하단다.” 바람의 마녀는 구름계곡 너머에 살고 있는 거대한 새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까마귀는 무지개를 보고 싶은 마음을 안고 이틀 내내 날아서 구름계곡을 건너갔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거대한 새 형제를 발견했다. 거대한 새 형제는 까마귀가 정중히 인사하며 다가갔지만 조그만 그를 본체만체하며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는 새 형제의 거만한 눈빛을 보고, 그들 역시 거인처럼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몰래 새 형제의 뒤로 총총 뛰어갔다. 그리고 형 새의 엉덩이를 콕 쪼았다. 형은 따가운 느낌에 화를 내며 동생 새를 쏘아보았다.


“네가 내 엉덩이를 쪼았냐?”


동생 새는 괜한 오해를 사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흥, 하며 대답도 안 하고 고개를 돌렸다. 두 형제 새는 싸늘하게 침묵하며 다시 산을 바라보았다. 까마귀가 이번에는 동생 새의 엉덩이를 콕 쪼았다. 동생 새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엉덩이를 쫀 건 형이잖아?”


언쟁은 금세 싸움으로 번졌다. 두 거대한 새가 서로 꼬리와 날개를 마구 쪼아대며 서로의 깃털을 마구 잡아당겼다. 그러자 바위 아래로 거대한 깃털들이 툭툭 떨어졌다. 까마귀는 그 중에 가장 커다란 꼬리깃 하나를 집어들고 다시 구름계곡을 건너 거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까마귀가 깃털을 구해오기까지 나흘이나 걸렸지만 구름 위의 거인은 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까마귀는 거인의 코를 거대한 깃털로 간질였다.



거인이 우스꽝스럽게 얼굴을 찡긋찡긋 하더니, 폭풍우 같은 거대한 재채기를 했다. 까마귀는 그 바람에 함께 날려가 멀리 떨어진 구름 위로 떨어졌다. 거기서 까마귀는 다시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보았다. 거인의 콧속에 아직 깃털이 남아 있었다. 그는 한번 더 재채기를 했다.


두 번의 거대한 재채기로, 무지개 역시 두 개가 되었다.



까마귀는 구름 위에서 기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는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마음껏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까마귀는 만족감을 느끼며 달콤한 잠을 아주 푹 잘 수 있었다.



*삽화: 오영진(교과목 <기계비평> 기획자) Midjourney bot에 동화 문장을 그대로 가감없이 프롬프트로 넣고, 이미지를 선택, 업스케일링함. 소요시간 1시간.

**본 창작물 텍스트의 저작권은 윤주혜 작가와 OpenAI에게 있고, 삽화의 저작권은 오영진 작가와 Midjourney에게 있습니다.

***최초 여우가 주인공이었으나 인간 작가 윤주혜가 까마귀로 변경했습니다. 이유는 무지개⇒반짝이는 것⇒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까마귀라는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교육용이나 연구용 예시로 텍스트를 사용하시는 것은 자유이며 대신 아래 이메일로 그 인용사례를 보고 해 주십시오. (michidoroc@hanmail.net 오영진)



오영진(<AI공포라디오쇼>(2022) 연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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